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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룸메는 볼매입니다! - 세빛기자단 강유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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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오래된 격언이 있습니다.

백 번을 듣는 것보다는 한번 보는 것이 더 낫더라는 의미일 텐데요.

우리 시각장애인에게는 '볼 견' 자 때문에 약간의 수정을 가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백문이 불어 일행'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것을 몸소 실천했던 분이 있었으니 오늘 이 글은 바로 룸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서 와요!!"

찬 바람이 아직 그 여운을 남기고 있던 3월 초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는 서울 맹학교 입학과 함께 기숙사 입소도 해야 해서 입학식 하루 전날 기숙사에 짐을 가지고 도착했습니다.

그때, 먼저 와 있던 룸메이트가 반겨주면서 건넸던 한마디가 바로 "어서 와요!!"였습니다. 단호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정감 어린

그 한마디에 긴장감이 이완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왠지 첫인상부터 만만치 않았던 룸메이트는 시간이 흐를수록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전체 기숙사 입소자 중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서 본관 지하 체력 단련실로 향하는 모습, 또 그만큼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가는 모습,

식사 시간에 정말 필요한 얘기를 제외하고는 정숙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모습 등이 바로 그의 본색이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한 학기 동안에 그가 보여준 그 '본색'에 해당하는 모습은 이뿐만 아니었습니다.

학급 반장으로서 누구보다 일찍 교실에 도착하여 대걸레로 바닥 청소를 하거나 맹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이라고 할 수 있는 안마와

지압 기술을 매일 연마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저에게 강조했던 것은 안마의 수기에 대한 중요성이었습니다. 2년간의 맹학교 과정을 수료하고 나면 안마사 자격증이 주어지는데

실제로 안마 기술이 부족하면 생업의 현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틈나는 대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물론 이런 내용의 말은 그냥 어디에서 전해 들어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룸메가 몸소 수십 군데의 안마원을 탐방하면서

체득한 아주 값비싼 정보였습니다. 덕분에 많은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풍성한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졸업이 가까워지는 2학기에도 현장 실습을 거의 매일 다녀왔는데 밤늦은 시간에 기숙사에 돌아오면서

자기 전에 한 가지라도 더 알려주려고 애썼던 모습은 늘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한편, 함께 대화하다 보면 시각장애 판정을 받은 후, 초기에 아파트 앞 놀이터에 나가 동선을 최소화한 운동을 하거나 시각장애인 복지관을 찾아서

할 수 있는 직업을 열심히 탐구했던 것 등 노력했던 저의 모습도 그려지면서 룸메의 이러한 노력이 아주 흡사하여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보면 때로는 룸메가 사모님과 두 명의 딸에게 가끔 통화를 하거나 식사를 함께했던 일들을 이야기할 때도 있었는데

여간 부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무뚝뚝한 아들 녀석 하나만 있는 저로서는 그 부러움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덧 또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마지막 분기가 되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기간 중에 어떻게 보면 가족보다 더 가깝다고 하는 룸메이트인 저에게

최대한 많은 양의 정보를 부담 갖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조금씩 전해주던 점에서 오래도록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자 합니다.

장애수용 단계에서 나 자신만을 살피기도 급급한 게 현실인데도 위해 그 고민과 수용의 노하우를 전수하려던 룸메에게 다시 한번 이 글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싶습니다. 그리고 룸메의 가르침대로 열심히 안마 기술을 익혀서 언젠가는 룸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연마를 하려 합니다. 이쯤 되면 '나의 룸메이트는 볼수록 매력적'이라는 의미의 이 글의 제목에 어느 누구보다 걸맞은 룸메라고 할 수 있겠죠!!


세빛기자단 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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